‘예의범절’은 왜 세대마다 다르게 해석될까?
최근 지하철 안에서 있었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한 어르신이 큰소리로 통화하자 옆자리에 앉아 있던 Z세대 청년이 조용히 “전화는 밖에서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어르신은 얼굴을 붉히며 “요즘 애들은 어른도 몰라본다”며 불쾌해하셨고, 그 자리는 금세 어색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습니다.
이러한 장면은 단순한 ‘예의범절’의 충돌이 아닙니다. 세대 간 인식 차이와 소통 방식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갈등의 단면입니다.
특히 Z세대는 예의범절을 권위나 나이의 잣대보다, 존중과 공감의 태도로 정의합니다. 반면 기성세대는 오랜 관습과 문화 속에서 예절을 나이와 위치에 따라 판단해 왔습니다. 이러한 가치관의 차이는 때로는 '꼰대 예절'이라는 비난으로 확산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절은 세대의 경계를 긋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세대를 잇는 다리여야 합니다. 지금 이 글은 바로 그 다리를 놓기 위한 작은 시도입니다. Z세대의 눈으로 바라본 예의범절, 그리고 그 안에서 세대차이를 좁히는 대화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1. 예의범절의 개념: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존중의 방식
‘예의범절’이라는 단어는 본래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도리’는 시대에 따라 변형되고 재해석되어 왔습니다.
기성세대에게 예절은 어른을 공경하고, 말을 아끼며, 윗사람에게 순응하는 자세를 의미했습니다. 반면 Z세대는 예절을 ‘서로 간의 경계 존중’과 ‘불편함을 주지 않는 행동양식’으로 이해합니다.
예를 들어, Z세대는 회식 자리에서 강제로 술을 권하거나, 개인 시간을 침해하는 행동을 무례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기성세대는 이를 ‘정’과 ‘소통의 시간’으로 해석하곤 합니다. 이처럼 예절의 본질은 같지만, 적용 방식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2. Z세대가 꼽는 ‘꼰대 예절’의 대표 사례들
Z세대는 기성세대의 특정한 예절 행위를 ‘꼰대적’이라고 인식하기도 합니다. 그들이 그렇게 느끼는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 무조건적인 경어 강요: 처음 만났는데도 “어른한테 반말이냐?”며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
● 자리 양보 요구: 상황과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젊은 사람이 양보해야 한다는 인식
● 시간 침해: 퇴근 후에도 연락하거나 사적인 시간을 존중하지 않는 행동
● 일방적인 충고: 의견을 묻기보다는 경험담을 내세우며 판단을 강요하는 태도
Z세대는 이 같은 태도를 예절이 아닌 ‘일방적인 권위의 표현’으로 인식합니다. 특히 이들은 ‘상호 존중’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나이나 지위와 관계없이 예절은 쌍방향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예의범절을 통한 세대 소통: 경청과 공감이 먼저입니다
예의범절이 갈등의 씨앗이 되지 않으려면 먼저 ‘경청’이 필요합니다. 세대 간의 대화는 단순한 정보 교환이 아닌, 경험의 공유이자 시선의 이해이기 때문입니다.
기성세대가 먼저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은 시작입니다.
“요즘은 이렇게 인사하는 게 자연스러운 거니?”
“이런 표현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이처럼 상대의 관점을 먼저 이해하려는 태도는 Z세대에게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는 열쇠가 됩니다. 반대로 Z세대도 기성세대의 가치관과 맥락을 이해하고, 그들이 겪은 시대적 배경을 존중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절이란 일방적으로 배우는 규칙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약속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4. 구체적인 대화 예절 팁: 세대 간 오해를 줄이는 방법
✅ 첫인사는 명확하게
Z세대는 너무 형식적인 인사보다, 자연스럽고 진심이 담긴 인사를 선호합니다. 반면 기성세대는 일정한 격식을 갖춘 인사에 익숙합니다. 상대에 따라 인사 방식에 유연성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 대화의 속도와 방식 맞추기
기성세대는 긴 문장을 선호하고, Z세대는 요점 중심의 대화를 선호합니다. 따라서 너무 짧은 답변이 오해를 부르지 않도록, 필요한 설명은 부드럽게 덧붙이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 말 끊지 않기
세대에 관계없이 가장 중요한 예의범절은 ‘말 끊지 않기’입니다. 특히 Z세대는 자신의 의견을 경청받을 때 소통의 만족감을 느낍니다.
✅ “꼰대”라는 단어 사용 자제
Z세대가 무심코 사용하는 이 표현은 상대를 방어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대신 “그런 방식은 요즘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어요”처럼 유연한 표현이 좋습니다.
5. 예의범절은 '변화'가 아니라 '확장'입니다
예의범절은 결코 시대가 바뀌었다고 사라지는 개념이 아닙니다. 단지 그 범위가 넓어지고, 표현 방식이 다양해졌을 뿐입니다. 과거에는 권위에 기반한 존중이 중심이었다면, 오늘날은 상호 존중, 다양성 인정, 감정의 배려가 핵심이 되었습니다.
Z세대는 이런 확장된 예절을 통해 ‘배려의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기성세대도 이에 맞춰 예절의 개념을 재정의한다면, 세대 갈등은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서로 다른 예의범절, 이해의 시작은 '듣는 태도'에서
저는 대학 시절, 교수님과의 작은 충돌로 예의범절에 대해 깊이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솔직함’을 예의라고 생각했고, 교수님은 ‘절제된 표현’을 더 중요하게 여기셨죠.
그 경험을 통해 저는 깨달았습니다. 예절은 정답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사실을요.
Z세대와 기성세대는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를 사용하지만, 결국 ‘존중’이라는 공통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여러분도 그 접점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예의범절은 누군가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적 언어입니다. 그리고 그 언어는 ‘듣는 태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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