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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범절

어른께 인사하는 예의범절,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했을까?

by 예의범절 이스백 2025. 7. 2.

예의범절은 낡은 가치일까, 아니면 시대를 담는 거울일까?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친척 댁을 방문할 때마다 가장 먼저 배운 건 ‘어른께 인사하는 법’이었습니다. 문 앞에 서자마자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하며 90도로 고개를 숙이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이 ‘인사’라는 행동 자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체감하게 됩니다. 어떤 아이는 눈을 마주치며 ‘하이요~’라고 말하고, 어떤 아이는 조용히 손만 흔드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과연 지금 시대에 맞는 ‘예의범절’이란 무엇인지 자주 고민하게 됩니다.

예의범절이라는 말은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사회의 품격과 질서를 상징하는 기준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어른께 인사하는 방식은 가장 기초적인 예절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세대가 등장하고, 수직적 관계보다 수평적 소통이 강조되면서 ‘전통적 인사법’은 점차 그 의미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를 ‘예의가 사라졌다’고 말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표현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라고 해석합니다.

이 글에서는 어른께 인사하는 예의범절이 시대별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살펴보고, 그 속에서 여전히 지켜야 할 가치와 변화에 적응해야 할 부분을 구분해 보려고 합니다. 과연 ‘예의범절’은 고루한 전통일까요, 아니면 지금 시대에도 유효한 인간관계의 기본일까요?

어른께 인사하는 예의범절,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했을까?
어른께 인사하는 예의범절,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했을까?

1. 예의범절의 시작: 전통 사회에서의 인사법

예의범절 중에서도 인사는 단순한 말이나 몸짓이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하고 공동체 내 질서를 유지하는 상징이었습니다. 유교적 가치가 강하게 자리 잡았던 조선시대에는 어른을 향한 인사법에 엄격한 규율이 있었습니다. 특히 남성은 큰절, 여성은 공손한 절과 함께 예를 갖춘 언어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당시 인사는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신분과 나이, 관계의 위계를 분명히 드러내는 수단이었습니다. 어른 앞에서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숙였으며, 먼저 말을 꺼내는 것도 무례로 여겨졌습니다. 지금의 관점에서는 답답하고 불편해 보일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만큼 관계 속 질서를 중시했던 것입니다.

2. 산업화 시대의 변화: 속도와 실용성이 만든 예의범절

1960년대 이후, 대한민국은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며 공동체 중심 사회에서 개인 중심 사회로 이행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예의범절 역시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절’의 간소화입니다. 과거에는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리는 것이 기본이었지만, 이제는 가볍게 허리를 숙이는 인사로 충분하다는 인식이 퍼지게 됩니다.

또한 직장문화의 등장으로 인해 상사와 부하 간의 인사도 공식적이고 정형화된 표현에서 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변합니다. “안녕하십니까?”라는 형식적인 문구보다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또는 “수고 많으셨습니다”와 같은 정서적인 표현이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이는 단순히 시간의 흐름 때문이 아니라, 삶의 양식이 바뀐 데 따른 자연스러운 문화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디지털 세대의 등장: 예의범절의 의미가 달라졌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즉 Z세대 이후의 청소년들에게 ‘예의범절’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의미는 확연히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인사를 단지 “전통적인 행동 양식”이 아니라, 진정성을 담은 표현으로 인식합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에서는 인사를 텍스트나 이모지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고, 영상통화나 메신저 안에서 간단한 이모티콘 하나로도 충분히 인사를 전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변화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속도’와 ‘효율성’이 인사의 형식을 바꾸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무례하거나 예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들은 과거보다 더 섬세하게 상대방의 감정을 살피고, 자기표현을 솔직하게 하며, 형식보다 진심을 중요시합니다. 이러한 감성 중심의 소통 방식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예의범절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4. 세대 갈등 속 ‘예의범절’의 재정립 필요성

문제는 서로 다른 세대가 ‘예의범절’을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서 발생합니다. 기성세대는 인사의 형식과 절차를 중시하는 반면, 젊은 세대는 내용과 진심에 더 가치를 둡니다. 이 차이는 때때로 ‘예의가 없다’, ‘구식이다’라는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이러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각 세대가 ‘예의’에 대해 갖고 있는 기준을 인정하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전통을 지키되, 그것을 강요하지 않고, 변화된 표현을 무시하지 않는 태도 역시 지금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예의범절의 모습입니다.

5. 앞으로의 예의범절: 변화를 수용하되, 본질은 지켜야

예의범절은 단순한 행위나 규칙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존중을 나타내는 방식입니다. 시대에 따라 인사의 방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상대에 대한 배려’라는 본질은 바뀌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는 인사의 형태보다 그 의미에 집중하는 문화가 더 강화될 것입니다. 어른을 향한 인사도 이제는 큰 절이나 낮은 자세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자, 음성, 표정 등 다양한 방식이 공존하는 시대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예의는 형식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예의범절, 시대를 넘어 이어져야 할 인간관계의 기본

최근 한 교회에서 어린아이가 지나가는 어르신에게 큰절을 하자, 오히려 어르신이 놀라며 “그럴 필요 없어, 그냥 인사만 해도 돼”라고 말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순간, 예의범절이란 결국 ‘상대를 편하게 하고 존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시대는 변했지만, 우리가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의범절은 낡은 문화가 아니라,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꾸준히 변화하며 우리 곁에 머물러야 할 가치입니다. 어른께 인사하는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인사할 때, 그 인사는 세대를 뛰어넘어 모두에게 따뜻하게 전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