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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문학 그리고 재테크

클로드 모네 – 시력을 잃어가며 남긴 걸작들

by 이스백 2025. 3. 8.

몇 해 전, 저는 특별한 사정으로 한동안 세상과 거리를 두고 지내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바깥출입은 물론이고 밝은 햇살조차 두려워지던 시기였는데요, 그때 우연히 책을 통해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화면 가득 퍼지는 연한 색채와 물결 위에 떠 있는 수련은 마치 아무 말 없이 저를 위로해 주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 뒤로 모네라는 작가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의 삶을 깊이 있게 알아가면서 저는 더욱 감동을 받았습니다.

특히 시력을 점점 잃어가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그의 인생 이야기는, 제게도 삶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큰 용기를 주었습니다. 오늘은 그런 클로드 모네의 생애와 명작, 그리고 백내장이라는 육체적 한계를 이겨내고 남긴 작품 세계에 대해 나눠보려고 합니다.

1. 클로드 모네의 생애와 숨겨진 이야기

클로드 모네(Claude Monet)는 1840년 11월 14일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1926년 12월 5일 86세의 나이로 프랑스 지베르니에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그는 프랑스의 인상파 회화를 대표하는 화가로, '인상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상파의 창시자이며 개척자 입니다. 빛과 색의 변화에 대한 집착적인 탐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삶은 단순히 화려한 명성만으로 채워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클로드  모네의 가족사는 다소 복잡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했지만, 그의 아버지는 그가 예술보다는 가족의 사업을 이어가길 원했습니다. 결국 반항적인 성향을 보였던 그는 집을 떠나 독립적인 삶을 살기 시작합니다. 그의 첫 번째 아내, 카미유 도나시는 모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으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며 그에게 깊은 슬픔을 남겼습니다. 이후 모네는 알리스 오슈 데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그녀의 아이들까지 키우게 되었습니다.

2. 시력을 잃어가며 남긴 명작

클로드  모네의 후기 작품들을 보면, 색감이 이전보다 훨씬 강렬하고 추상적인 느낌을 줍니다. 이는 단순한 스타일의 변화라기보다는 그의 시력이 급격히 악화된 결과였습니다. 1910년대부터 모네는 백내장 증상을 겪기 시작하였고, 이는 점점 심해져서 색채와 형태 인식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그는 그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특히 그의 대표작인 **‘수련 연작(Water Lilies)’**은 시력이 거의 상실된 상태에서도 계속해서 그려졌습니다. 그는 자신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감각과 기억으로 표현했고, 그 결과 색채는 더욱 극적으로, 형태는 더욱 추상적으로 변해갔습니다. 붉은색과 노란색이 강하게 사용된 것도 백내장으로 인한 색 인식의 왜곡 때문이었습니다.

1923년, 모네는 백내장 수술을 받았으나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습니다. 수술 후에는 색을 다르게 인식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으며, 그는 자신이 표현한 색이 실제와 다를까 두려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 속에서도 그는 붓을 놓지 않았고, 오히려 이런 경험은 그를 현대 추상화의 선구자로 이끄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3. 모네의 가장 유명한 작품과 숨겨진 걸작

클로드 모네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인상, 해돋이 (Impression, Sunrise)' 인상주의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작품으로, 1872년에 그려졌습니다.
'루앙 대성당 연작 (Rouen Cathedral Series)' 같은 대상을 다른 시간대와 날씨에 따라 다르게 표현한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수련 연작 (Water Lilies Series)' 지베르니의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평생에 걸쳐 그린 작품들로, 후기작들은 점점 추상적인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웨스트민스터 다리' 런던 체류 시절, 템즈강과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그린 작품들은 그의 대표작으로 평가받지만, 초기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팝양이 있는 들판' 수련 연작 이전에 색채 연구를 위해 그린 이 작품은 모네의 색채 감각이 점진적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4. 시력 상실 속에서도 멈추지 않은 창작 의지

모네는 말년에 거의 시력을 잃고도, 캔버스를 향한 손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안경을 착용하고 그림을 그리다가도, 결국에는 감각에 의지해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그의 작업실은 색을 실험하고 조율하는 실험실처럼 운영되었고, 조수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색을 식별했습니다.

모네는 대형 캔버스를 사용해 더욱 자유롭고 감정적인 붓놀림을 시도했습니다. 그의 붓질은 더 이상 정확한 재현이 아닌, 감정과 기억에 따른 해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는 오늘날 많은 예술가들에게 육체적 제약이 예술적 진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모네의 그림이 내게 남긴 것

저는 최근에도 가끔씩 힘든 순간이 올 때면 모네의 수련 그림을 떠올리곤 합니다. 흐릿한 경계와 잔잔한 물빛, 은은한 색채 속에서 모네는 분명 시력을 넘는 무언가를 보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그림은 저에게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것'의 힘을 가르쳐주었습니다.

클로드 모네는 단순히 인상주의의 선구자가 아니라, 육체적 한계를 넘어선 창조적 도전의 상징입니다. 그는 시력을 잃어가며 예술가로서의 위기를 겪었지만, 오히려 그 위기 속에서 새로운 표현의 세계를 열어젖혔습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인생의 빛과 어둠, 그리고 끈질긴 예술혼이 담긴 예술적 기록입니다.

오늘날에도 그의 그림은 우리에게 위로와 영감을 줍니다. 저 역시 그의 예술처럼, 저만의 방식으로 삶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싶다는 다짐을 다시 해보게 됩니다

클로드 모네 – 시력을 잃으며 남긴 걸작들
파라솔을 든 여인_ 클로드모네

파라솔을 든 여인_ 클로드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