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범절은 ‘존재감’의 다른 이름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것이 바로 회식 자리입니다. 하루의 업무가 끝났는데 또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 술자리 문화에 대한 거부감, 사적인 시간의 침해까지—이 모든 것이 회식 참석을 꺼리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회식’이라는 이벤트 자체보다, 그 자리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와 행동입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의 예의범절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맥락’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회식 참여 여부도 곧 조직 내 관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곤 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회식에 가지 않으면 무례한 것일까요? 참석해야만 예의 있는 사람일까요? 오늘은 이 질문에 대해 조금 더 깊이, 그리고 현실적으로 다가가 보겠습니다.
예의범절의 의미, 회식 자리에선 어떻게 달라질까?
예의범절은 단순히 정해진 규칙을 지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계 맥락 안에서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직장이라는 조직 내에서 예의범절은 다음의 세 가지 축으로 나뉘어 해석됩니다.
● 직급과 역할의 위계질서 존중
● 상대의 시간과 감정 고려
● 자기 역할에 대한 책임감 표현
이러한 기준은 회식 자리에서도 적용됩니다. 단순히 얼굴을 비추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 그 자리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 어떻게 불참 의사를 전하느냐, 대화 중 어떤 태도를 유지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회식을 '불참했다'는 사실보다, '어떻게 불참했는가'가 오히려 예의범절의 핵심이 될 수 있습니다.
회식 불참, 정중하게 표현하면 예의범절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회식에 가지 않는 것이 반드시 무례한 행동은 아닙니다. 문제는 '왜'와 '어떻게'의 문제입니다. 회식 불참 시에도 다음의 예의범절을 갖추면 관계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 충분한 사전 공지: 당일 회피는 무례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정중한 사유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문자나 메신저보다는 직접 말하기: 카카오톡이나 문자로만 알리는 것보다, 직접 만나 말하거나 전화로 전달하는 것이 더욱 예의 있는 방식으로 인식됩니다.
● 아쉬움을 표현하기: 단순한 ‘불참 통보’가 아닌, “같이하고 싶었는데 일정이 겹쳐서 정말 아쉽습니다”처럼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인간적인 인상을 남깁니다.
이처럼 회식을 회피하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다면, 무례하다는 오해를 피할 수 있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지켜야 할 예의범절 5가지
회식에 참석하기로 했다면, 그 자리에서도 지켜야 할 예의범절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특히 직장문화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다음 다섯 가지는 반드시 숙지해야 할 기본 매너입니다.
1. 자리 배치 존중: 윗사람이 앉는 자리를 비워두고, 선배가 먼저 자리를 잡은 후 앉는 것이 기본입니다.
2. 술 권유는 강요하지 않기: 회식 문화가 바뀌면서 음주 강요는 이제 ‘예의 없는 행동’으로 간주됩니다. 상대방의 건강이나 취향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3. 말조심, 행동 조심: 지나친 농담이나 사적인 질문은 오히려 관계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4. 시간 엄수: 약속된 시간에 늦지 않고, 먼저 자리를 뜰 경우에도 양해를 구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5. 감사의 표현: 회식비를 부담한 상사나 조직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도 작은 예의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행동 하나하나가 쌓여 조직 내 신뢰를 형성하게 됩니다.
세대 간 회식 예절의 인식 차이 – 그 간극 줄이기
MZ세대와 기성세대는 회식에 대한 기대와 인식이 뚜렷하게 다릅니다. 기성세대는 회식을 ‘조직문화 유지의 필수 장치’로 보는 경향이 강한 반면, MZ세대는 ‘업무 외 시간의 침해’로 인식하기도 합니다.
이 차이를 인정하고, 예의범절을 세대 간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갈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MZ세대는 회식 자리에 참석하더라도 1차까지만 함께하고 이후 자유롭게 빠질 수 있도록 제안하는 것이 좋은 절충안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성세대는 후배들의 사생활을 존중하면서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문화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회식 예절, 조직 문화를 반영하는 거울
회식 자리는 단순한 술자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조직이 얼마나 구성원들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존중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문화의 축소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회식 문화 자체가 강압적이고 일방적이라면, 그 조직의 예의범절은 이미 무너진 상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회식 예절은 결국 개개인의 태도와 동시에 조직 전체의 문화 수준을 반영합니다. 구성원이 서로의 경계를 지켜주고, 자율성을 보장받는 자리에서 진정한 의미의 ‘예의’가 실현됩니다.
회식에서 생기는 갈등, 예의범절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회식 자리는 업무 시간에는 하지 못한 대화를 나누거나 서로를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분위기 속에서 감정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예의범절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지나친 농담과 사적인 질문: 회식 분위기를 띄우려는 의도로 던진 말이 상대방에겐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외모, 연애, 가족, 정치적 견해 등 사적인 영역은 회식 자리에서도 언급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술자리에서의 위계 강화: 연장자가 후배에게 잔을 돌리는 행위는 오랜 문화였지만, 이제는 수직적 문화를 고착화시키는 행위로 비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후배가 상사에게 무례한 언행을 한다면 그 역시 신뢰를 잃는 계기가 됩니다.
● 집단적 분위기 강요: “우리 팀은 항상 2차까지 간다”는 식의 문화는 자율성과 개개인의 삶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회식의 목적은 연대감이지, 강제된 동질성이 아닙니다.
이러한 갈등의 대부분은 예의범절에 대한 감수성과 자기 조절력을 통해 예방할 수 있으며, 직장 내 신뢰 관계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회식 문화, 조직이 만들어가는 예의범절의 기준
조직은 구성원에게 단순한 업무 수행 이상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특히 회식 문화는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건강한 회식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인의 예의뿐 아니라, 조직 차원의 배려와 기준 정립이 필요합니다.
● 자발성 기반의 참여 문화: 회식을 공식 일정이 아닌, 선택 가능한 ‘행사’로 바라보게 되면 참여율도 자연스럽게 올라가며 만족도 또한 향상됩니다.
● 비음주 대안 마련: 음주가 불편한 구성원을 위해 ‘브런치 회식’이나 ‘카페 모임’, ‘팀 빌딩 워크숍’ 등의 대체 문화를 만들어가는 기업들도 늘고 있습니다.
● 사후 피드백 반영: 회식 후 간단한 만족도 설문이나 구두 피드백을 통해 개선점을 수용하는 태도는 조직 내 신뢰와 소통을 강화하는 기반이 됩니다.
즉, 예의범절은 개인의 태도뿐만 아니라 조직이 얼마나 유연하게 문화를 설계하고 수용하는가에도 달려 있습니다.
외국계 기업과의 차이점에서 배우는 회식 예의범절
한국적 회식 문화가 변화하는 데에는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의 영향도 큽니다. 외국계 기업에서는 회식을 ‘개인의 선택’으로 존중하며, 보통은 업무 시간 중 점심 식사나 공식 오찬의 형태로 진행됩니다. 이 문화가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업무와 사생활의 명확한 구분: 회식 역시 업무의 연장이라는 인식이 약하기 때문에, 참여를 강요하지 않으며 불참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없습니다.
● 알코올 중심 회식의 배제: 다문화 환경에서는 술 문화 자체가 배려 없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식사 중심 회식이나 취미활동 중심의 모임이 더 일반적입니다.
● 예의는 '존중'을 전제로 한다: 개인의 신념이나 생활방식을 존중하는 것이 예의의 기본으로 여겨지며, 구성원 간 경계를 지키는 것이 조직의 암묵적 룰로 작동합니다.
한국 조직도 이러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참고하여, 강제성 없는 참여와 다양성을 반영한 회식 문화로 전환해 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회식 참석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존중의 방식'입니다
예의범절은 ‘해야 할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무엇을 원하고 기대하는지를 살피는 감수성’에 가깝습니다. 회식에 꼭 참석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불참을 예의 있게 표현하고, 자리를 함께하는 순간엔 진심을 다하는 태도야말로 예의의 핵심입니다.
직장 회식은 단지 밥을 먹는 자리가 아닙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하고, 때론 서로를 이해하는 창구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회식 자리에서의 행동 하나하나가 곧 ‘나’를 설명해 주는 언어가 되기도 합니다.
무례하지 않으면서도 자기 삶의 균형을 지킬 수 있는 회식 예절. 그것이야말로 2025년 대한민국 직장인이 가져야 할 진짜 예의범절입니다.
예의범절은 시대에 따라, 조직에 따라 그 기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핵심은 언제나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에 있습니다. 회식에 참석하든, 불참하든,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이 무례하지 않도록 표현되고, 또 그 선택을 존중하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직장 내 예의범절은 눈에 보이는 행동보다 그 이면의 의도와 태도에서 더 많은 의미를 지닙니다. 회식을 통해 억지로 관계를 맺기보다는, 예의 있게 소통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통해 관계를 맺는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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