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체감하는 ‘예의범절’은 누군가의 강요일 수 있습니다.
직장 내 예의범절이라는 개념은 오랜 시간 동안 일종의 암묵적인 규칙으로 존재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이러한 관념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예의를 ‘인간관계의 윤활유’라고 말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예의라는 것이 때로는 세대 간 권력 구조의 도구로 오용된다고 이야기합니다.
필자는 한 스타트업에서 3년간 근무하면서,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회식 자리, 보고서 피드백, 채팅 말투, 이모티콘 사용 하나에도 갈등의 요소가 숨어 있다는 것을 체감한 바 있습니다. 예의라는 것이 단지 ‘지켜야 할 미덕’이 아니라, 세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 순간들을 마주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고민은 비단 저만의 것이 아니라, 직장 생활을 경험하는 수많은 MZ세대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바일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단순히 "요즘 애들이 예의가 없다"거나 "꼰대는 싫다"는 이분법적 시선에서 벗어나, MZ세대가 느끼는 ‘진짜 불편한 예의범절’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배경에는 어떤 직장 문화적 맥락이 자리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겠습니다. 이것은 단지 세대 간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예의범절’이라는 가치가 시대에 따라 재정의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1. 예의범절인가 갑질인가 – 직급이 곧 존댓말 대상?
직장 내 예의범절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은 말투와 호칭입니다. 전통적인 조직 문화에서는 직급이 높을수록 존댓말과 예우를 받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MZ세대는 이런 방식이 인간적인 존중보다는 위계에 기반한 일방적 복종처럼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MZ세대는 상대의 나이나 직급보다는 개인의 태도와 소통 방식을 더 중시합니다. 단순히 상사이기 때문에 무조건 “네, 알겠습니다”라는 응답을 반복하는 대신, “이 부분은 이렇게 해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라며 수평적인 피드백 구조를 선호합니다. 이는 상사에게 반항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 제시도 예의의 일부’라고 보는 시각입니다.
이런 관점 차이는 상사 입장에서는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MZ세대가 생각하는 ‘진짜 예의’는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와 정직한 소통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형식이 아닌 맥락 – ‘인사’는 왜 진심 없이 반복되나
회사에 처음 입사하면 “출근 시 큰 소리로 인사해라”, “회의 들어갈 때는 반드시 인사해라”와 같은 인사 관련 예의범절을 교육받습니다. 그러나 MZ세대는 이 같은 형식적인 인사에 대해 ‘진정성 없는 의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강요받거나, 회의 시작 전에 반복되는 무의미한 인사말이 오히려 업무의 흐름을 끊고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들은 인사도 결국 상황에 맞는 유연한 커뮤니케이션의 일부로 보며, 무조건적인 반복보다는 맥락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을 원합니다.
3. 회식은 자유여야 한다 – 동료애로 포장된 ‘의무 참여’
예의범절이라는 이름 아래 강요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회식 문화입니다. 아직도 일부 조직에서는 회식을 ‘예의상 빠지면 안 되는 자리’로 여깁니다. 이때 MZ세대는 질문합니다. “왜 업무 외 시간까지도 회사가 관여해야 하죠?”
MZ세대가 말하는 예의는 타인의 사적인 시간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단체 회식에 불참했다고 해서 ‘팀워크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문화는 이미 구시대적입니다. 반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싶을 만큼 편안한 분위기의 회식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예의의 새로운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4. 소통의 예의는 채팅에서도 필요하다 – 말투와 이모티콘의 해석 차이
사내 메신저에서의 대화도 예의범절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세대 차이는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넵^^”이라는 말이 MZ세대에게는 가볍고 유연한 소통 방식일 수 있지만, 윗세대에게는 “가볍다”, “무성의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마침표 하나가 ‘단호함’ 또는 ‘불쾌함’을 뜻한다는 해석 차이도 있습니다. MZ세대는 이처럼 문장 부호나 이모티콘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만큼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예의도 재정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5. ‘감정노동’까지 예의인가 – 지나친 공손함이 피로를 부른다
직장 내에서 흔히 요구되는 ‘밝은 표정’, ‘항상 친절하게’라는 예의범절이 사실은 감정노동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MZ세대는 이런 감정의 연기를 진정한 예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예의란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태도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매번 웃으며 인사하고, 아무리 바빠도 친절하게 대응하라는 요구는 결국 '심리적 소진(burnout)'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부담이 쌓이면 예의 자체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의범절’은 고정된 틀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진화하는 개념입니다
MZ세대가 말하는 ‘불편한 직장 예의범절’은 단순한 불만이나 무례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예의라는 개념 자체를 성찰하고, 그 본질을 되돌아보려는 움직임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조직에서는 관습처럼 이어져 내려온 행동들을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진짜 예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예의범절은 결국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방식은 세대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일방적인 기준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기준을 이해하고 조율하려는 노력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보셨으면 합니다. “나는 어떤 예의에 익숙한가?”, “내가 지키는 예의가 타인에게는 부담이 되지는 않았는가?”
MZ세대의 목소리는 단순히 세대 간의 투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더 나은 조직 문화를 위한 작은 외침이자, 예의라는 이름 아래 묻혔던 불편함을 드러내는 용기 있는 말 걸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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