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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문학 그리고 재테크

같은 작가의 작품인데 왜 가격 차이가 날까? 제작 시기, 매체, 사이즈가 예술 재테크에 미치는 결정적 영향

by 이스백의 예술 재테크 2025. 6. 30.

예술을 좋아하지만 재테크도 놓치고 싶지 않은 우리를 위한 이야기

예술을 감상하는 일은 저에게 오랫동안 위안과 설렘을 안겨주는 취미였습니다. 갤러리를 찾을 때마다 마음에 드는 그림을 하나쯤 소장하고 싶다는 욕망이 자라났고, 그러다 문득 ‘이 작품이 몇 년 뒤에는 더 가치가 오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예술과 재테크, 이 두 단어가 제 삶에서 만나게 되었죠.

그런데 어느 날, 같은 작가의 작품 두 점이 너무나도 다른 가격에 거래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스타일도 비슷했고, 구성도 유사했는데 말입니다. 그 이유가 궁금해서 작품의 경매 이력과 작가의 작업 시기를 조사해 보면서 알게 된 건, 미술 시장은 단순한 ‘이름값’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그 제작 시기, 사용된 매체, 작품의 크기에 따라 가격이 수천만 원씩 차이 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처럼 미술 재테크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선 ‘작가를 아는 것’보다 ‘작품을 읽는 눈’을 키우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같은 작가의 작품임에도 왜 그 가격이 천차만별인지, 예술 시장에서 실제 거래되는 사례와 함께 그 구조를 상세히 풀어보겠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면서도 재테크적 안목을 키우고 싶은 분들께 꼭 필요한 정보가 될 것입니다.

1. 예술 재테크, 왜 같은 작가의 작품 가격이 다를까?

처음 미술품 시장에 발을 들이게 되면 누구나 겪는 첫 번째 궁금증이 바로 이것입니다. “같은 작가 작품인데, 왜 이건 5천만 원이고 저건 1억이 넘지?” 실제로 갤러리나 아트페어, 심지어 경매 현장에서도 이런 가격 차이는 자주 목격됩니다.

이런 가격 차이를 만드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① 작품이 만들어진 시기
② 작업에 사용된 매체와 기술
③ 작품의 크기 및 보관·전시의 용이성

이 외에도 감정서, 전시 이력, 유명 컬렉터의 소장 여부 등 부수적인 요소가 영향을 미치지만, 가장 기본적이고도 강력한 가격 결정 요소는 위 세 가지입니다. 이 세 가지 기준은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놓치기 쉬운 부분이지만, 재테크 관점에서는 반드시 살펴봐야 할 핵심 포인트입니다.

2. 제작 시기 – 예술사의 맥락과 작가의 인생곡선을 함께 읽어라

예술품의 제작 시기는 가격에 큰 영향을 줍니다. 이는 단지 연도상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그 시기의 작품이 작가 커리어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작가가 2000년대 초반에는 실험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다가, 이후 평론가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으며 새로운 회화적 언어를 확립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작가의 전환기 작품은 예술사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으며, 시장에서는 이 시기를 ‘전성기’로 간주하여 가격이 폭등하게 됩니다.

제작 시기의 구분과 특징:
● 초기작: 미숙하지만 작가의 본질이 드러나는 시기. 일부 컬렉터는 이 시기를 노려 투자함.
전성기작: 시장에서 가장 높은 평가와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기. 투자 가치가 최고조.
말기작: 스타일이 고정되거나 반복될 수 있음. 일부는 수요 감소로 가격 방어가 어려움.

실제 사례로, 쿠사마 야요이의 초기작(도쿄 시절)은 10억 원 이상에 거래되며, 뉴욕에서 본격 활동하기 전의 시기 작품은 예술사적 가치와 희소성이 높아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반면, 최근의 반복된 도트 시리즈는 수량이 많고 스타일의 신선도가 낮아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인데 왜 가격 차이가 날까? 제작 시기, 매체, 사이즈가 예술 재테크에 미치는 결정적 영향
같은 작가의 작품인데 왜 가격 차이가 날까?

3. 매체의 차이 – 유화냐, 수채화냐, 판화냐 : 매체가 곧 가격이다

작품이 어떤 매체로 제작되었는지는 곧 그 작품의 ‘시장 등급’을 결정합니다.
같은 작가라도 회화와 드로잉, 판화, 디지털 프린트 등 매체별 가격대는 10배 이상 차이 나기도 합니다.

매체별 가격 형성의 일반적 순위:
유 화 : 미술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매체. 단일성, 물성, 깊이, 작가의 노동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음.
드로잉: 종이나 스케치북에 간단히 작업한 경우지만, 작가의 감성과 구성력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음.
판 화 : 복수 제작 가능. 한정판이더라도 수량이 많을 경우 가격이 낮게 형성됨.

디지털 프린트: 대부분 저가에 거래. 일부 NFT 등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긴 했지만 예외적임.

예술 재테크 관점에서 주의할 점:
작가가 어떤 매체를 통해 가장 깊은 표현을 해왔는지 파악하세요.
복제 가능한 매체(판화, 프린트)는 진입장벽이 낮지만, 장기적 상승 여력은 낮습니다.
유화와 캔버스 작업은 저장성도 높고, 대개 가격 방어가 잘 됩니다.

4. 사이즈 – 그림이 크면 가격도 비싸질까?

사이즈는 예술 작품에서 단순한 ‘부피’가 아니라, ‘존재감’과 ‘시장성’을 말해주는 지표입니다. 대체로 같은 시기, 같은 매체의 작품일 경우 사이즈가 클수록 가격도 비싸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 큰 작품이 더 비쌀까?
작업 시간과 노동 강도가 더 크기 때문에
전시장의 벽면을 효과적으로 채우는 존재감이 있기 때문에
기업 컬렉터, 기관 컬렉터가 공공 전시에 적합한 사이즈를 선호하기 때문에

그러나 너무 큰 작품은 보관과 운반이 어려워 개인 컬렉터에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소형 작품은 가정 내 전시에 적합하고 유동성 면에서 장점이 있기 때문에 경매 등에서 빠르게 거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5. 감정서와 이력 – 작품의 '과거'가 곧 '미래 가치'를 말해준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감정서가 있는지, 어디에 전시되었는지, 누가 소장했는지에 따라 가격이 극단적으로 달라지기도 합니다. 최근 미술 시장에서는 위작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정확한 출처와 인증 문서가 중요한 투자 기준이 되었습니다.

투자 전 확인해야 할 요소들:
국내/국제 감정 기관의 감정서 여부
국공립 미술관 전시 이력
유명 컬렉터 혹은 경매 이력
갤러리의 거래 기록과 보증서

예술의 감동과 재테크의 전략은 상충하지 않는다

예술을 사랑하면서도 재테크를 실현하고자 하는 건 결코 욕심이 아닙니다. 오히려 시장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감상하는 눈을 길러나간다면, 예술은 감정과 수익을 동시에 안겨주는 최고의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동일한 평가를 받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제작 시기, 매체, 사이즈, 그리고 작품의 이력 등 다면적인 요소들이 조합되면서 가격과 가치가 결정됩니다.

이제부터는 작품을 감상할 때 단순히 아름다움이나 작가의 명성만 보지 말고, 그 작품이 담고 있는 '맥락'과 '조건'을 함께 읽어보세요. 그러면 예술이 단지 감동의 대상이 아닌, 내 삶을 지탱해 줄 수 있는 든든한 재테크 수단이 될 것입니다.